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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테토 #일보일경 - 성공스낵


Finding beauty one step at a time.

나는 한옥으로 이사 온 다음부터 한국의 건축, 정원, 예술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서, 개인적으로 연구도 많이 하고 예술가, 건축가들을 직접 만났다. 이런 식으로 한옥에 관해 더 깊이 알아보다가 한 가지 깨달았다. 한옥은 단순히 보기에만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삶에 관한 중요한 교훈도 담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뀔 때 느끼는 경외감, 느리게 흘러가는 삶과 그것이 주는 감동,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과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내게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온 표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일보일경(一步一景)이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라는 이 말은 한옥과 한국 예술에서 자주 접하는 테마다. 열 채의 한옥으로 구성된 한국가구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이를 처음 느꼈다. 대문을 열고 앞마당에 들어서면 박물관의 일부만 보인다. 한 걸음씩 들어가면 그제야 숨겨진 정원이나 방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미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 집은 한눈에 전경이 보이도록 설계된다. 아마도 집주인의 재물이나 권력을 자랑하고 집의 규모로 방문자를 압도하려는 뜻일 게다. 그러나 한옥은 일부러 숨긴다. 즉 다음 모습은 일부러 가려놓음으로써 손님은 단번에 너무 압도 당하는 일 없이 지금 보이는 장면부터 천천히 구석구석 깊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후에도 나는 이곳저곳에서 “일보일경”과 마주치고 놀랐다. 조선시대의 산수화를 볼 때도 그랬다. 산수화 속에는 항상 산속 구불구불한 길, 그리고 그 길을 올라가는 나그네가 그려져 있다. 그 길을 가던 나그네가 바람이 세차게 부는 구불구불한 길가에 서서 오직 정면만 보고 풍경을 음미하던 것 또한 "일보일경"이다. 그리고 좁은 복도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안으로 들어가야지만 그 모습을 드러내던 근대 건축가 이타미 준(伊丹潤)의 제주도 물박물관에서도, 나는 일보일경의 의미를 발견한다.

대학 입시와 장래 직업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최근 받았다. 강의 준비를 하면서 일보일경이 우리 인생에도 적용된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의 인생과 커리어도 매우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미국에서는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인생 전체를 통해 이뤄야 할 일이나 평생 직업을 강조한다. 전공 학문이나 직업 선택이 마치 여생의 전부를 결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10년 계획을 세우라”는 둥, 진짜 인생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인생 최종 목적지를 알아내라는 압박을 받는다. 물론 그렇게 계획을 세우는 일이 도움은 될 것이다. 하지만 일보일경을 안 뒤에 나는 2, 3년 치 계획만 세우고 아직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르더라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눈에 들어올 미지의 새로운 기회들에 가슴 설레면서 말이다. 설레는 가슴과 기쁜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갈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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